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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 - 입은 꿀같이 달아도 배에는 칼을 품고 있다

안다미로72 2014. 12. 29. 14:30

나라 현종이 이임보의 말에 귀 기울인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학식도, 치국의 능력도 없는 그가 대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남에게 아첨하는 재간만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종의 비위만을 맞추면서 절개가 곧은 신하의 충언이나 백성들의 간언(諫言)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설령 직언을 생각하고 있는 선비라 할지라도 황제에게 접근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암암리에 이런 선비들이 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조정에 엄정지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이임보는 그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느 지방의 지사로 내려보냈다. 이후 현종이 엄정지를 찾자 이임보는 그를 찾아보겠노라 하고 엄정지의 동생을 찾아갔다. 이임보는 엄정지가 황제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병이 나 몸이 불편하니 경성에 돌아가 병치료를 하고 싶다고 상주서를 조정에 올리도록 하라’고 말했다. 엄정지의 동생은 자신의 형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임보에게 고마워 절까지 했다. 엄정지는 동생의 말대로 병 치료를 위해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주서를 조정에 올렸다. 이임보는 이를 현종에게 보이고 “정말 아까운 사람인데 애석하게 되었습니다. 엄정지가 중병이라고 하니 어떻게 조정 대사를 볼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현종은 어쩔 수 없이 엄정지를 내직으로 승진시키려던 생각을 버려야 했다.


 

이같이 이임보의 간계에 걸려 앞날을 망친 사람은 엄정지뿐이 아니었다. 후대 사람들은 간교하고 음흉한 속내를 가진 그를 보고 ‘입은 꿀같이 달아도 배에는 칼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은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다.